민들레의 정원 Dandelion Courtyard
머리말 (Prologue)
오래 전 아이들이 뛰놀고 북적이던 가게들로 가득했던 골목은 한적해져 전통시장으로 가는 몇몇 행인들과 손님이 드물어 가게 앞에 모인 노인들끼리 옛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동네가 되어버렸다. 오랜 역사를 가진 강릉 역시 도시의 확장과 택지의 등장으로 구도심 시장 주변의 인적이 사라진 골목길에는 시장 상인들의 주거와 작고 오래 된 식당만 남게 되었다. 건축주는 그 익숙한 동네에서 어머니를 모시면서 살기 위해 자신의 주택과 상인들에게 임대 할 주택을 짓기를 원했고 한 줌의 먼지에 허겁지겁 뿌리 내리고 눈물 겹도록 노랗게 핀 민들레 꽃처럼 척박한 골목에 작지만 민들레가 자랄만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층 공유 정원 (Multistory Sharing Courtyard)
오래된 주택이 철거 된 신축부지와의 첫 만남에서 대지의 남측부지의 건축물 역시 구도심의 건축물이어서 도로변을 따라서 상가를 배치하였으며 법정 주차를 위한 필로티를 제외하고 나머지 조경 부분은 남측이 아닌 북측에 빛이 들어오기 쉽지 않은 중정에 강릉을 대표하는 감나무 한 그루가 자리하고 있었다. 비록 중정이라고는 하지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정원으로서의 쉼의 공간이 아닌 단순히 비워진 공간에 감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는 의미 밖에는 없었다. 배치계획에서 상업지역에 건축하는 다가구주택은 1층은 계단실을 제외한 공지는 주차장을 설치하고 최소한의 지상 조경 후 남측 중정과 수직으로 연결되는 2층에 정원을 만들어 입주 가구들에게 다층 공유 정원을 만들게 되었다. 도시에 부는 바람을 탄 민들레 씨앗이 다층의 정원에 노란 꽃을 피울 수 있는 공간은 상인들에게 매일 반복되는 힘든 삶을 극복해 나가는 의미를 박완서의 「옥상의 민들레꽃」 에서처럼 노인들의 자살을 방지하는 것은 쇠창살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민들레 꽃임을 알리려는 것이었다.
다공성의 재료 (Porous Materiality)
오랜 이야기가 가득한 구도심은 언제나 건축물 간의 좁은 간격을 유지하고 서로의 삶을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원은 공유함으로써 빛과 바람을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하지만 사생활을 보호해야 하는 공간은 다공성의 재료를 사용 함으로써 주거환경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이 건축물에서는 몇 가지의 다공성 재질을 사용하고 있는데 전체 외피를 벽돌과 노출콘크리트로 입히고 계단실은 많은 빛을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영롱쌓기 방식을 사용하였고 남측의 발코니에는 메탈라스를 사용하여 빛과 바람을 투과 시키면서도 시선을 적절히 조절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부분적으로 메탈라스를 뚫어서 폐쇄성을 완화하고 주변과의 소통이 가능하도록 하였으며 다가구의 발코니에는 많은 개인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공간이지만 환기와 자연채광이 필요하여 펀칭메탈에 구멍의 간격을 조절하여 사용하였다. 세 가지의 다공성 재료로 각각의 공간적 특성을 표현하였다.
강릉시 성남동 근생 및 다가구주택
2020 강원건축문화상 주거부문 최우수상 수상